“과자 봉지도 버리면 안 돼?” 골치 아픈 분리배출…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는 최근 다 쓴 화장품 병을 버리려다 수거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평소 분리배출을 꼼꼼히 하는 편이지만, 양념류나 화장품 등을 버릴 때면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색이나 향 등이 진한 내용물이 담겼던 용기를 버리려면 일일이 세제로 내부를 헹구고 재질 별로 나눠야해서다.
박씨는 “이달부터 비닐까지 분리배출해야 하는데, 종량제 봉투에 아무거나 담았다가는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해 스트레스가 커졌다”면서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수거 서비스를 이용해봤는데, 돈만 내면 알아서 버려주니 편리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저감 정책으로 분리배출 품목이 확대되면서 이같은 분리배출 대행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분리배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늘수거’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만 19명으로 집계됐다.
이용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단기간 내에 급증했다. 이용자 수는 지난 1월 4615명, 2월 7314명에서 5월에는 9740명으로 늘어나더니 급기야 지난달엔 1만 명을 돌파했다. 불과 반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모바일인덱스 관계자는 “앱이 출시된 건 약 2년 전이지만 지난해까지 월 이용자가 집계 기준치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앱으로 수거를 신청한 뒤 하고 75ℓ 들이 전용 봉투 혹은 자체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문 앞에 내놓으면 된다. 잔반이 남은 배달 용기나 반찬통, 내용물이 들어있는 샴푸나 화장품 통 등 봉투 안에 들어가는 크기의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대상이다.
비용은 분리배출하지 않고 몽땅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데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오늘수거의 경우 100g당 수거 비용이 140원, 부름 비용이 2500원이다. 반면 75ℓ 종량제 봉투의 서울시 평균 가격은 1880원 가량이다.
비싼 가격에도 분리배출 대행 서비스의 수요가 커지는 배경에는 분리배출 강화 정책이 있다. 이달부터 서울시는 분리배출 품목을 폐비닐과 플라스틱 노끈, 보온·보냉팩 등으로 확대됐다.
그동안 분리배출 대상이 아니었던 작거나 이물질이 묻은 폐비닐 등도 이제 따로 모아서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송장이 붙은 택배 봉투, 라면이나 커피믹스 포장재, 약 봉지, 양파망 등이 있다.
당장은 폐비닐을 많이 배출하는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 상업 시설을 중심으로 점검과 계도가 이뤄지지만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추후 폐비닐 별도 배출 의무화 제도가 구별 조례 등을 통해 도입될 예정이다. 가뜩이나 품목 별 분리배출이 어려웠던 단독 주택 등에는 숙제가 하나 늘어난 셈이다.
종량제 봉투에 넣을 수 있는 일반쓰레기의 범위가 갈수록 좁아지는 건, 쓰레기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는 가정에서 내놓는 일반쓰레기를 바로 매립할 수 없게 된다. 각 지역에서 소각하고 남은 재만 수도권매립지에 묻을 수 있다.
수도권매립지가 예정대로 운영을 종료한다면 당장 1년 반 뒤면 쓰레기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대체 매립지가 없어서다.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공모를 받고 있으나 응모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없었다.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자체 소각할 여건이 마련하지 못한 곳도 지자체도 상당수다. 서울시만 해도 마포구 상암동에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건립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쓰레기 처리 시설을 늘리려 다투기보다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신규 자원회수시설의 1일 처리 용량은 약 1000t, 서울시에서 매일 버리는 비닐 쓰레기는 평균 730t 가량이다.
그동안 비닐쓰레기 중 분리배출된 328t(45%)는 연료로 재활용됐지만 종량제 봉투로 들어간 402t(55%)은 소각되거나 매립됐다. 즉 비닐 쓰레기를 잘 버리기만 해도 부족한 쓰레기 처리 용량의 40%가 해결되는 셈이다.
이에 마포구는 비닐쓰레기에 더해 커피 찌꺼기, 폐봉제 원단 등의 분리배출도 강화해 올해만 1만t 넘게 일반쓰레기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소각 쓰레기 감량,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강조하며 “소각장을 늘려나가는 것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출처:헤럴드경제 주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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